‘벌써 오래 전 일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아이들에게 ‘살피소서’라는 찬양을 영어로 번역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가사가 이렇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 주여 살피소서 / 돌 같은 마음 깨뜨리사 / 주의 말씀으로 날 빚으소서 / 오직 주로 내 마음에 가득 채우사 나를 사용하소서 / 써 주소서 / 어둠을 비추는 등대로 / 물을 가르는 다리로 / 사막의 피난처로 / 과녁을 뚫는 화살로/ 내 삶을 모두 드려 주의 마음 / 기쁘게 하기 원하네 / 무엇 하든지 나 어디 있든지 써 주소서 주님”
찬양 중간에 ‘등대, 다리, 피난처, 화살’ 이렇게 네 가지의 꿈이 나오지요? 제가 그 때 몇몇 아이들에게 ‘만약에 이 네 가지 중에서 한 가지가 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어 봤습니다. 그 때 리나가 ‘다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리나의 대답을 듣고 참 신기하고 기특하게 생각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생각엔 아이들이 보기에 다른 것들에 비해서 ‘다리’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 했거든요. 제가 그게 왜 좋으냐고 물어보니... 그저 리나는 ‘중요 하니까요’ 라고 대답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리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략 설명해 주었습니다. 다리의 사역은 서로를 연결 해주는 사역이지요. 조금씩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이 ‘다리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됩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민족과 민족 사이에서, 문화와 문화 사이에서, 교회와 교회 사이에서의 이런 Bridge Ministry가 참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참 선천적으로 이런 Bridge 사역을 감당 하기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Korean-American 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이 바로 그것 이지요. 이 독특한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개발한 아이들은 앞으로 너무도 중요한 Bridge사역을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독특한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자라난 아이들은 자신의 반쪽을 이해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야 할 겁니다. 무언가 좀 다른 American이라는 애매한 정체성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을 더 어렵게 합니다.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자기를 다르게 대하는데… 정작 자기 스스로는 무엇이 다른지도 모를뿐더러, 그 다름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아합니다. 더 심한 경우는 자기의 반쪽을 부끄러워하게 될 수도 있지요. 사실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건강하지 못한 정체성을 가지고 평생을 씨름하며 살아가야 됩니다. Bridge의 꿈을 꾸기는커녕, 단절의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한국의 문화와 단절, 부모와의 단절, 결국 자기 자신과의 단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아름다운Bridge 사역을 꿈꾸게 하기 위해, 한글 교육은 필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했던 얘기 중에 하나는 “한글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안 된다.” 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마치 우리가 영어 배우는 것처럼 그렇게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우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을 떠나서… 한글은 한국의 신앙유산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한국은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나라입니다. 그 은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Korean으로서 그 신앙의 유산을 놓치게 된다면, 너무나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저는 이 신앙의 유산을 이어가는 것이 그저 미국에서 잘 살고 성공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글은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세계의 학자들이 문맹퇴치를 위해 주목하고 있는 문자가 한글입니다. 한글의 독특한 창제과정과 그 특성은 인류 역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덕분에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나라에 대체문자로서 사용될 수 있고 문맹퇴치에 아주 유용합니다. 문자가 없는 민족에게 성경을 번역해주기 위해서는 먼저 문자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 때 한글문자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신 놀라운 선물이죠. 우리 아이들에게 그 선물을 꼭 주고 싶습니다.
오늘 한글학교가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합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함께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Following the shepherd.. 최지원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