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고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려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
함석헌 시인이 말하는 그런 친구… 누구나 원하지만… 그런 친구 찾는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이다. 사실 우리가 사람을 믿기가 어려운 건.. 사람이 그다지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저 자신만 돌아봐도.. 늘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지만.. 막상 누군가에게‘나만 믿으라’라고 얘기하기가 참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제 자신을 알아갈 수록.. 제 능력의 한계를 알아갈 수록… 나라는 사람이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거겠지요. 어쩌면 철이 좀 든거겠죠.
그래도 그런 마음만은 지니고 살고 싶습니다.‘주님 안에서’누군가에게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은 포기하지 않고 싶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그런 친구 되어 주신 것처럼… 저도 주님 안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려는 마음만은 지니고 살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길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먼저 그런 친구 되려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주신 명령은“사랑 받으라!”가 아니라..“사랑하라!”이니..
“이제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으로써 너희가 내 제자인 줄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복음 13:34-35)
가정교회 안에서, 목장 안에서, 그래도 우리에게 이와 아주 비슷한 관계들이 생겨가고 있다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 건 저만의 경험일까요? 예수님이 우리에게 그런 친구이시기에.. 그 예수님 닮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거겠지요. 뭐 아직 이상과 좀 차이가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만 잘 잡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 최지원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