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가입
  • 로고
    prevprev nextnext

    목회칼럼


    목회칼럼

    2015.11.25 00:31

    관계-현재 진행중

    조회 수 474 댓글 0

     

    저녁 시간에 밥을 먹다가 일어난 일입니다.  막내 녀석이 배가 부른 지 어느 정도 음식을 먹고 바닥에 하나씩 떨어뜨리는 거예요. 몇 번 줍던 아내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내가 장난스레.. 막내의 눈을 보면서 ‘음식을 일부러 떨어뜨리면 안 돼.’ 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재영이가 귀엽게(제 입장에서^^;) 울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밥을 먹고 있던 첫째 아이가 이야기 합니다. ‘나도 아빠한테 야단맞았던 것 기억 나.’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기습(?)에 놀랐습니다. 저는  왜 혼났는지 기억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왜 야단 맞았는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아빠가 화장실에서 야단친 것은 기억 나.’ 하더라구요. 황당했습니다. 야단을 맞았으면 왜 혼났는지 알아야 하는데, 아빠가 야단친 것만 기억하니까요. 그런데 녀석의 눈과 표정을 보니 그래서 ‘억울하다’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내가 혼내기 전에 이야기를 잘 안해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늘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었기에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할 때 혼내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렇게 노력해 왔었거든요. 잘못한게 있었으니 혼났겠지.. 그걸 기억해야지.. 하고 얼버무리며 대화가 끝났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니까요.
     
      후에 가만 생각해 보니..이건 그냥 지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녀석이 나중에 커서 ‘이유없이 야단맞아서 억울하고 분하다’하며 상처를 키워갈지, 아니면 ‘내가 야단 맞은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가 날 사랑하니까 날 위해서 그런 거였겠지.’ 하며 야단맞은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결정하는 문제는 지금 저와 아들 녀석의 관계에 따라 좌우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과 저의 관계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 진행중’ 이니까요.
     
     
      오늘 얼굴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비록 과거에 어떤 실수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해도 아직 소망이 있습니다.  오늘 얼굴을 볼 수 있다면,‘현재 진행중’인 관계이니까요. 하나님과의 관계도 진행 중입니다. 오늘의 관계에 과거를 품을 수 있는 열쇠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었던 것만 기억할 때가 많지요.  저도 제 삶을 돌아보았을 때, 아직도 이유를 모르는 과정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냥 품어 집니다. 믿어집니다. 괜찮습니다. ‘현재 진행중’이니까요.
     
     
    “말씀대로 이루어지이다” 최지원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