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에게 ‘나의 성경’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손때 묻어 빛바랜 성경책.. 구석 구석 나의 눈물이 묻어 있는 성경책.. 은혜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성경책을 아이들에게 물려 주고 싶습니다.
찬송가에 이런 가사가 있지요? “아침 저녁 읽으시던 어머니의 성경책 손 때 남은 구절 마다 모습 본듯합니다.” 자녀들이 제가 보았던 성경을 넘겨보면서.. 저의 고민과 소망과 기쁨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제가 사랑했던 그 성경구절들이 제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도 자녀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성경을 찾아 손에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밑줄이 그어져 있고.. 눈물 자국에 얼룩진 그 구절들을 후에 자녀들이 보고 우리 아버지도 같은 고민이 있으셨구나.. 아버지도 이 말씀에 은혜를 받으셨구나.. 생각하며 새 힘과 소망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성경책을 물려줄 수 없다면.. 적어도 ‘아버지가 사랑했던 성경’에 대한 추억만큼은 물려주고 싶습니다. 사람은 참 추억을 먹고 사는 것 같습니다. 남들은 맛없다고 하는데, 유독 저에게만 맛있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어릴적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어느 봄날 물신 풍기는 봄내음이.. 어릴적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릴 때면.. 감사함이 솟아납니다. 후에 저의 아이들이 성경책을 보며 그런 추억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어머님의 무릎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 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합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이 찬양을 부르면서, 성경책에 묻어있는 아름다운 추억들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늘 아끼고 사랑했던 책… 밤이면 펴서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었던 책… 그런 추억들을 아이들에게 남겨 주고 싶습니다.
시대가 발전하고 스마트폰과 프로젝터가 성경책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만, 스마트폰에 그 추억의 자리까지 넘겨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성경책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상징적인 의미에서라도 성경책을 들고 다니고 싶습니다. 저는 요즘 우리 교회도 그런 분위기와 그런 꿈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와 아이패드를 제 사역을 위해 아주 유용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정말 책 한 권에 담을 수 없는 유익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책의 자리는 지키고 싶습니다. 성경책만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그리고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실용성과 효율성만이 강조되는 세상에서 어느 한 부분은 보란듯이 비실용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제 나름 더 풍요로운 교회를 꿈꾸며 하는 제안입니다. 강제성도 없고 정죄도 없을 겁니다. 이해과 관용의 분위기 속에서 몇몇 성도님들에게라도 이런 꿈이 싹이 뜨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Following the shepherd.. 최지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