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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칼럼


    목회칼럼

    2021.04.12 00:33

    거룩한 낭비

    조회 수 110 댓글 0

      낭비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효율성과 편의성이라는 시대정신에서 보면, 낭비라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바보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바보 같은 일조차도 가치있게 여겨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자주 이런 바보 같은 낭비를 하게 되지요. 사랑 앞에서는 효율성과 편의성이 힘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아주 작은 이유만으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 먼 거리를 달려가기도 하고, 열심히 모은 돈을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낌없이 쓰기도 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는 낭비처럼 보일 일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만큼 가치있는 일도 없지요. 

     

      어떤 분들에게는 낭비라는 표현 앞에 ‘거룩한’이라는 형용사가 잘 어울리지 않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낭비는 그저 낭비지, 거룩한 낭비는 또 뭐냐’고 반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 온 신앙 생활에는 늘 ‘거룩한 낭비’가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에는 거룩한 낭비가 요구됩니다. 신앙생활은 사랑의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예배? 그냥 시간 맞춰 드리기만 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그 예배를 위해 내가 드리는 거룩한 낭비가 보이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향한 나의 마음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득이 집에서 예배를 드려야 할 때 조차도, 이런 거룩한 낭비는 늘 존재합니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는데, 몸을 단장하고, 옷을 차려 입고, 미리 예배를 기도하며 준비하는 그 모든 것이 ‘거룩한 낭비’에 해당됩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지만, 굳이 성경책을 들고 교회를 가는 것 역시 어떤 분들에게는 거룩한 낭비의 일종일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 집에서 예배 드린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음에도, 굳이 차를 타고 먼 길을 달려와서 예배를 드리는 그 과정에도 거룩한 낭비가 보입니다. 

     

      헌금? 신앙 생활 자체가 그렇듯이, 헌금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이 없으면 헌금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헌금이 돈으로 드려지는 이유는 돈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우리의 마음이 담기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었던 한국의 초대성도들은 일정 시간과 에너지를 하나님께 헌물로 드리기도 했고, 쌀을 헌물로 드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헌금을 가르칠 때, 그냥 주일 아침에 부모님이 주는 1불 챙겨서 하나님께 드리는 게 헌금이 아니라고 알려 줍니다. 하나님에게 짧은 고백이라도 헌금봉투에 적어서  드리고, 길가다가 예쁜 낙엽이 있으면 주워서 헌금봉투에 담으라고 가르칩니다.  누가 보기엔 낭비같아 보이는 행동일지 모르지만, 저는 하나님이 그런 마음을 보신다고 믿습니다. 

     

      저는 효율성과 편리성이라는 이 시대의 정신이 우리 신앙의 본질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앙 생활이 효율성과 편리성으로 정의되기 시작하면 자신의 신앙을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거룩한 낭비의 가치’를 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최지원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