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톨스토이의 글이 참 좋습니다. 세기의 문호라고 불릴만한 지혜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유독 그분의 글 중에서 와닿지 않는 글이 있었습니다. 처음 읽고 재미도 없고 별로 유익하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대충 읽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바보 이반’이라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연말에 다시금 책을 넘겨보다가 ‘바보 이반’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금 읽어보았습니다. 세 형제와 태어날 때 부터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막내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째 세몬은 군인입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고 유능했으며 귀족과 결혼합니다. 둘째 타라스는 사업가 입니다. 돈에 대한 욕심이 있고 그런 면에서는 남다른 재능이 있습니다. 셋째는 바보 이반입니다. 열심히, 성실히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보입니다. 형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자존심도 없는 바보입니다. 이 바보 이반은 태어날 때부터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막내 여동생과 부모님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악마가 첫째와 둘째를 보란듯이 요리해 버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바보 이반에게는 이길 수가 없습니다. 도리어 이반에게 된통 혼이 납니다. 결국 바보 이반 덕에 많은 사람이 잘 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이야기를 다시 읽었을 때는, 여러 다른 유익한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사회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는 걸까?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는 귀한 영적인 교훈을 다시금 발견합니다. 헛똑똑이 처럼 신앙 생활을 하지 말고 바보같이 신앙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것이죠. 아니 그런 생각은 언제부턴가 이미 제 영적인 싸움의 중요한 교훈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쓸데가 없는 것에 너무 지혜롭습니다. “선한데는 지혜롭고 악한 데는 미련하라”는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새 해에는 좀 미련하게, 그래서 지혜롭게 살고 싶습니다. 사탄의 거짓말에는 바보처럼 미련하고 주님 말씀하시면 단순하게 지혜롭게 순종하며 살고 싶습니다.
최지원 목사 드림